SBJ 75th Annual Meeting 참관기
Date 2024-05-08 15:21:45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hit 12
황 동 수
교수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dshwang@postech.ac.kr

  2023년을 맞이하여, 일본생물공학회(SBJ, The Society of Biotechnology, Japan)의 100주년 기념행사 및 학술대회가 일본 나고야 대학에서 9월 3일부터 9월 5일까지 개최되었습니다. 이 행사에는 영남대학교 김창섭 교수, 한양대학교 박희호 교수, 인하대학교 백종윤 교수, 서울대학교 서상우 교수, 전남대학교 염수진 교수와 함께 한국생물공학회 대표로 참석하였습니다. 한국생물공학회/일본생물공학회/대만생물공학회 연합 국제심포지움은 9월 5일에 개최되었으며, 국제심포지엄에서 한국/일본/대만의 다양한 연구자들이 최신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필자는 생물공학회 국제협력위원회를 대표하여 함께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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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물공학회/일본생물공학회/대만생물공학회 공동 오전세션을 마치고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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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물공학회/일본생물공학회/대만생물공학회 공동 오후세션을 마치고 기념촬영 

 

  한국생물공학회는 1998년부터 일본생물공학회와의 협력 증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여 25년 동안 국제 교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현재 매년 각 학회는 상대 학회로부터 5명의 연자를 초청하여 연례 학술대회 또는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각 학회의 첨단 과학 지식을 교류하고 활동 범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학회가 개최된 나고야대학교는 국립대학으로, 일제시대 제국대학 9개 중에서 마지막으로 1939년에 설립된 ‘최후의 제국대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8년에 노벨물리학상과 노벨 화학상을 동시에 받았으며,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장기려 박사도 나고야 대학교의 동문 중 하나입니다.

  학회를 참석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 중 하나는 SBJ가 100년 동안 학회의 이름을 여러 번 변경한 것입니다.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SBJ는 1923년 오사카 양조학회(Osaka Brewing Society)에서 일본 발효기술학회 (The Society of Fermentation Technology, 1962년), 일본 발효 및 생물공학회 (the Society for Fermentation and Bioengineering, Japan, 1992년), 일본 생명과학 및 생명공학학회 (the Society for Bioscience and Bioengineering, 1999년), 그리고 일본생물공학회 (The Society for Biotechnology, Japan, 2003년)로 100년동안 학회의 이름이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일본사회의 전통을 강조하는 특성상 학회의 이름이 1세기 동안 여러 차례 변경된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생물공학 연구분야가 세계적으로 전통적인 식품 발효에서 시작하여 화이트바이오(에너지소재분야)와 레드바이오(의료분야) 등의 분야로 급격하게 확장되면서, 학회의 발전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음을 나타냅니다. 이는 일본생물공학회가 현대 일본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사회의 필요에 부응하며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또한, 이것은 일본의 발효 기술에 대한 장인 정신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면서 일본생물공학회에서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또한, 100주년을 맞이하여 최초로 회사에서 재직 중이신 분이 학회회장으로 선임되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합니다. 신임회장님은 일본의 전통주 Gekkeikan (일본말로 월계관, 1637년 설립) 전무이사이신 Yoji Hata박사님으로 임기는 2년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속한 생물공학분야는 단순한 과학 분야가 아니라 인류의 진보와 사회 및 환경의 변화와 함께 변화가 끊임없이 필요한 분야임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우리 연구가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며, 100년 동안 놀라운 생물공학 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현실로 구현될 때마다 세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며, 앞으로 생물공학분야가 미래 과학기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을 시사합니다.

  일본생물공학회의 100주년 기념행사를 참가하면서, 생물공학자로서 우리는 기술 발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생명체의 지식을 통해 유용한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생명윤리와 생물공학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현상의 책임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생물공학의 혜택은 큰 도전과 책임을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연구와 혁신이 전 세계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고 더 아름답게 만드는 윤리적 마인드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일본에서는 기념이나 축하 시에 나무로 만든 술 독의 뚜껑을 깨는 행사를 하는데, 이를 ‘가카미 비라키 (鏡開き)’라고 합니다. 가카미는 술통 뚜껑을, 비라키는 ‘열다’를 의미하므로 가카미-비라키는 ‘뚜껑을 연다’라는 뜻입니다. 나무로 만든 둥근 모양의 가카미는 화합의 상징으로 여겨져, 가카미 비라키는 화합과 행운의 시작을 상징합니다. 이 행사는 일본생물공학회가 100주년을 기념하고 앞으로의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진행되었습니다. 필자가 나무 망치로 술통의 뚜껑을 깨고 편백나무로 만든 100주년 기념 술잔을 참석자 모두에게 제공한 순간, 그 술의 향기는 특별한 순간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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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물공학회 100주년 기념 만찬 중 가카미 비라키 (鏡開き) 행사. 


  모든 세션이 마치고 한중일 생물공학자들이 식사를 같이하면서 연구와 삶에 대해서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한국/대만/일본 모두 동일하게 인구감소문제/세대 간의 단절문제 등에 대해서 솔직한 의견을 나누면서, 현재 세상이 세계화가 되어 있음을 인지하며 공간만 차이가 있을 뿐이지 사람들의 고민내용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생물공학회가 40주년을 맞이할 때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에 접어들며 연구 분야의 융합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 및 개발 혁신 모델이 선형적인 방식에서 경로 파괴적인 모델로 변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그린바이오, 화이트바이오, 레드바이오 분야가 상호 협력하여 새로운 혁신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생물공학회의 후배들은 이러한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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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물공학회 100주년 기념 만찬 중 한국인 대표 참가 회원들과 함께.